흠 집 내 기 2016. 12. 5. 10:18

백수가 되어 버린 노처녀.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남들이 말하는, 취집(취업+시집)을 하려고 했다.

힘들게 취업할 생각하지 말고 취집하라는 지인의 소개로 몇달 전에 남자를 만났다.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결혼도 하고, 경제적으로 의지할 수도 있고.


여자는 남자를 만났다.

젊을 때는 사랑을 논하고, 나이가 드니 조건을 논한다.

여자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이건만 결혼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고는 새삼 놀란다.

결혼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인륜지대사인데, 여자는 얼마나 뜬 구름 잡듯이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가.

결혼은 출산과 양육과 시댁이 있는, 돈이 절실히 필요한, 또다른 현실임을 실감하게 된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결정하기에는 결혼은 인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중대한 일임을 더욱 느끼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각자 꿈꾸는 결혼의 환상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현실 속에서 살면서 환상을 꿈꾼다.

그래서 결혼을 망설이고 결단하지 못한다.


여자가 이기적인 것일까?

남자가 이기적인 것일까?

결혼에 목숨거는 것도 아닌데, 굳이...

소개남과의 결혼생활을 상상해보니 왜이리 버겁고 힘든 모습만 그려질까.

어릴 때는 사랑하면 조건이 무시되었는데, 나이가 드니 조건과 조건이 부딪힌다.

도피처, 피난처로 선택한 결혼이 전쟁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섬뜩해진다.


결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비로소 내가 개인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배우자 조건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아무래도 사랑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사랑은 노력해서 될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적당한 사람 만나서 적당히 결혼할 것 같았으면 내가 벌써 결혼을 했을 것이다.

사랑하니까 결혼하는 거지.

결혼하려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사랑이 먼저고 결혼은 그에 따른 결과물이니까.

그리고 사랑하면 희생도 가능하다.

조건이 좋지 않아도 내 자신이 행복하면 괜찮을 것 같다.

기혼자들은 지금 내 발언에 펄쩍 뛰시더라. 조건 무시할 수 없다고.

그것도 그렇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악조건만 아니면 된다.

악조건이라면? 경제적인 문제라면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연애를 하면서 결혼을 늦추면 된다.

결혼 적령기를 넘기게 되면 상대방을 향한 눈높이가 자연적으로 낮아지고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진다.

또한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낮아진다.

그럼에도 결혼이 쉽지 않은 이유는 조건보고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기 때문일테다.

나는 그렇다. 아무나 적당한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다.

결혼하고 정붙이고 살면 된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정들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도 기적같은 일이라고 누군가는 그러시더라.

기적, 운명

나도 그말에 동감한다.

사랑에 빠지기도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날을... 나는 아직은 포기하지 않으련다.


중년이 되어가니 나이에 대한 큰 압박감에 시달린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어서 결혼을 해야하는데 그런 압박감.

내 삶에 결혼은 필수인가? 선택인가?

내 삶에 결혼은 선택이다.

내 삶에 아이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