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야기

기도가 즐겁지 않아요

흠 집 내 기 2011. 6. 13. 21:38

믿음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기도가 나오지 않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저는 한참을 눈을 감고 기도 자세만 수십번 취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억지로 애를 써서라도 기도가 나올 수 있게 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마치 기력을 모두 소진한 사람처럼

기도 자세만 취한채로 끙끙대고만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방언기도는 가능했으나,

그건 왠지 굳이 마음이 내키지 않은,

기도 시간의 전체를 방언으로만 채우고 싶지 않은,

기도가 막히면 이렇게 답답하구나, 그때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만에 짧게나마 트인 기도,

생각보다 길었던 기다림,

어떤 해결책으로 기도가 다시 트였는지 모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도를 할 수 있을 거야

막연하게 기다리고 기다렸을뿐입니다.

 

그러다가 근래에 들어서는 

기도할 때마다 매번 울고 맙니다.

예배당에서도 집에서도 저는 자주 그렇게 울고 있습니다.

예배당에서는 사람들이 혹여나 볼까 민망하고 창피하여 맨 끝자리에 앉아 울고,

집에서는 엄마에게 혹여나 들켜 속상하게 해드리지는 않을까 신경쓰여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었습니다.

저는 울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문득 하고 말았습니다.

기도를 하면 우니까,

울고 싶지 않으니까,

기도를 하고 싶지 않아,

 

지난주일 설교 말씀을 듣던 중에

제가 낙심한 상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낙심 [落心  [명사]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마음이 상함.

난 꿈도 없고 희망도 없는데 바라는 것이 있었던가.

설교 중에 딴 생각에 잠겨있는데, 또렷이 목사님의 목소리가 마음에 파고듭니다.

낙심하지 말라.

담대함과 인내함으로 하나님의 축복을 받으라.

믿음으로 인내하라.

 

 

ps.

   ( 사실 요즘 통 글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는 싶었으나

지금 내 마음이 너무 고달프고 힘들어서

혹여나 종교적으로 나쁜 얘기를 적게 되지는 않을까.

내 글을 보고 혹여나 누군가 실족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몇 달동안 글을 적지 못했습니다.

비공개로 글을 등록하고 삭제하고를 반복했습니다.

글솜씨와는 상관없이, 저란 인간은 워낙 뭐든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렇게라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나갔습니다.

 

신앙생활의 년수가 횟수를 더해질수록

신앙적으로 성장하기보다 반대로 퇴보하는 저같은 사람도 분명 있을것입니다.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속상한 일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 아니던가.

그렇게 합리화하면서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어디선가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으리라.

 

신앙심이 훌륭하신 분들의 간증들은 넘쳐납니다.

물론 자신의 약함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전에는 약했으나 지금은 이겨냈다.

뭐 그런 얘기뿐입니다. 이겨냈기에 이제는 떳떳하게 밝힐수 있는 힘들었던 과거입니다.

" 지금 현재 나는 신앙적으로 엉망이다" 라고 간증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훌륭하신 신앙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 교회공동체에서

드러나지 않는, 공유하지 못하는,

신앙적 위기와 힘듬을 겪고 계신 분들,

저처럼 현재 추락중에 계신 신앙인들.

그 사람들에게 위안을 받고 위안을 주고 싶습니다.

나는 지금 신앙적으로 퇴보중이며 정체기속에 있다고,

자랑하듯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숨기지 않고 싶을뿐입니다.

어쩜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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