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푹 잤는데도 떠진 눈을 일부러 다시 감고 잠을 청한다.
이 짓을 또 하고 있다.
딱히 할 일 없는 백수는 아침이 오는 것이 그닥 반갑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자는 것으로 해소하는 나는 이제는 낮잠까지 잔다.
낮잠을 푸욱 자고 나면 당연히 밤에는 잠이 안 온다.
낮에 육체적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낮잠으로 몸에 휴식까지 취해주니,
나의 육체는 밤이 되도 밤이 온지도 모르고 도통 자려고 하지 않는다.
새벽 2시까지도 잠들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인다.
예전 백수때도 이 짓을 했는데 그 짓을 몇 년을 지나서 또 반복하고 있다.
예언의 성령은사를 받았다는 지인은 실직을 매우 두려워 하는 내게
다시는 그런 문제로 신경쓰지, 고민하지, 고통받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정말 무엇보다 나는 기뻐했건만,
지금 나는, 그 지인의 예언과는 다르게, 실직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 지인이 예언은사를 받기는 한걸까..아님 내 경우만 그 예언은사가 빗껴난걸까
드라마를 예전에는 참 많이 봤다.
그러다가, 드라마가 한순간 시시하게 느껴져서 오락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가볍게 한번 웃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의 매력.
요즘은 남자들도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랬건만, 백수가 되니 내가 그동안 외면했던 드라마를 간혹가다 보게 된다.
주 20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주 20시간이면, 하루에 3시간 정도.
나는 어느 정도더라.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피곤해도 즐거운 일이 되기를.
매일 아침 나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리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눈을 뜨기를.
설레여하기를.
지금 나는 그게 필요해.